*엔딩 직전까지 쭉 비가 내립니다.
빗소리에 섞여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To 임해준): 뱀 귀신이 먹잇감을 찾고 있습니다.
이봉창:어... 아까 아줌마가 담배피러 나가지 않았어요?
임해준:... (문 앞을 잠깜 바라조다가, 신경 쓰지 않고 티비로 눈을 돌린다.)
민성규:혼자 문 열 줄도 모르나... (현관 너머 기웃거리다가,)
(,,, ,,, ,,,)
(아무도 나서지 않자 결국 본인이 일어선다.)
이봉창:(마시던 컵 내려놓고 뒤따라 일어난다.)
민성규:(이마에 거즈를 마저 눌러붙이곤, 문 가까이로 가...)
(열어주기는 커녕 말을 걸었다.)
왜, 추워?
임해준:(검은 화면으로 두 사람이 이동하는게 비친다. 가만히 지켜볼 뿐 핸동하지 않는다.)
민성규:(이상하단 얼굴로 이봉창을 마주 본다.)
쟤 왜 저러니?
들어오시는 열쇠가 없으신거 아니예요?
민성규:(소름 끼치는 소리에 한참 뒤로 물러난다. 거실에 들어앉은 집주인을 불안한 눈길로 응시했다.)
그거 사람 아니다.
이봉창:까, 깜짝이야... 밖에 비가 많이 내리... (문 손잡이에 손을 갖다대려다가 멈춘다.)
민성규:당신, 원한 진 거 있어? (노크의 주인이 '리경선'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잠깐의 정적 이후, 다시 노크 소리가 나던 중
이봉창: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임해준:(대꾸 없이 계속해서 빈 화면만 바라본다.)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봉창:... (그대로 굳어 시선이 위로 올라간다.)
민성규:(이끌리듯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린다. 제 허벅지 쯤에서, 명치 높이로, 그리고 정면을 지나...)
(현관에 조그맣게 난 창문.)
임해준:
SAN Roll
기준치: |
80/40/16 |
굴림: |
1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봉창:
SAN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민성규:(끔뻑, 그것은 눈을 아무리 감았다 떠도 사라지지 않는 환각이다.)
SAN Roll
기준치: |
35/17/7 |
굴림: |
39 |
판정결과: |
실패 |
임해준:(잠깐 눈길을 줬다가, 곧바로 시선을 거둔다. 지긋지긋 한 것... 중얼거린다.)
저, 저게, 무... 슨. (이봉창을 붙잡으려다, 뒤로 비틀하고는 신발장 중문 틀에 등을 바싹 가져다 댄다.)
...물가에서 놀아서 그래.
임해준:문 안열어주면 못 들어온다. (두 사람을 부른다.)
(To 리경선): 리경선이 목격한 것은 목이 뱀처럼 늘어나던 아이의 뒷모습입니다. 총을 쏘았지만 어찌나 빠르던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이봉창:(총성소리에 어깨를 움찔이고 문을 쳐다본다.)
임해준:(깜짝 놀라 들고 있던 잔을 테이블 위로 떨군다.) ...?
아까 아줌마가 가지고있던 총 진짜였어요?!
민성규:(폭발음인가? 아니, 울렁이는 시야가 점차 돌아옴에 따라 깨닫는다. 리경선!)
(민성규가 다급하게 문고리를 잡아 돌린다. 안 열어주면 못 들어온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임해준:(당황한듯 현관을 바라보다가 엉거주춤 몸을 일으킨다. 빗줄기가 문 안으로 쏟아진다.)
당신... 그거...
우희진:(계단 가운데에 서서 멍하니 내려다 본다.)
뭐... 뭐야?
리경선:(빗줄기 속 달궈진 총구에서 희멀건 연기가 피어오른다. 여전히 조준 자세를 유지한 리경선의 형체가 드러난다.)
민성규:(훅, 끼치는 화약의 냄새. 그리고 리경선. 굵은 빗줄기가 얼굴을 때리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다. 민성규가 빗속으로 나아가, 조준 자세를 취한 리경선에게 천천히 나아간다.)
... ... ...당, 당신,
리경선:(다가오는 민성규를 제 뒷편으로 밀쳐낸다. 발소리에 철컥, 탄피의 제장전 소리가 들려온다.)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민성규:(뒤로 비틀하며 밀쳐진다. 젖은 흙에 깨끗한 정장 구두가 파묻힌다.)
그렇게 대놓고 쏘면 어쩌자는 거야! 좆 되려고 환장했어, 당신?
리경선:(한참을 조준점이 허공을 겨누다가 자신을 나무라는 민성규에 이내 총구를 바닥으로 내려놓는다.)
내래 저것 군대에서 백번도 넘게봤다.
채준우:아니... 갑자기 무슨...저것이라뇨. (불시에 민성규 돌아본다) 저 여성분은 대체 뭡니까?
우희진:(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불안한 눈으로 모두를 곁눈질한다.)
일단 두 분 다 빨리 들어와요!
민성규:(리경선, 민성규. 그 뒤로 자리한 어쩌면 무고하고 선량할지도 모르는 사람 여럿. 민성규는 리경선의 두 눈을 응시한다.)
임해준:(사람들 사이로 조용히 다가와 봉창의 어깨를 잡는다. 잠깐 손을 올리고 주변을 살핀다.)
민성규:하... 여긴 더 이상 그런 땅이 아니잖아, 이 멍청한 여자야...
(임해준의 목소리에 동조하듯, 집 안으로 턱짓한다.)
......들어와. 그리고 설명해줘.
리경선:(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한 번 집안으로 들어간다. 등 뒤로는 물웅덩이에 젖은 담배꽁초가 나뒹군다.)
쥐떼가 무언가에 쫓기는 듯 급하게 도망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순간 풀숲 사이로 쥐떼가 쏟아져 나옵니다.
작은 발자국들이 정신없이 마당을 가로지르며 바삐 달아납니다.
리경선:...남한사람 될려면 상당히 멀었구만. (말의 끝으로 정적 속 문고리를 걸어 잠군다.)
민성규:(대뜸, 리경선 앞으로 한 손을 내민다.)
남한 사람 되려면,
(그의 시선은 총에 닿아있다.)
그것부터 어떻게 좀 해.
여깄는 사람들 당신하곤 달라. 평생 화약 냄새 한 번 맡아볼까 말까 한 사람들이라고.
임해준:(...불안한 눈으로 경선과 성규를 지켜본다.)
우희진:...총을 쏜 거니? 지금, 여기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끼어든다.)
너...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
리경선:(민성규의 회유는 우희진에 의해 단절된다. 그런 여자에 리경선의 눈에 이채가 너울거리더니)
우희진:(낮보다 기고만장해진 태도로 민성규를 내려다 본다.) 어떻게 저런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거야...!
민성규:(살얼음판에 돌을 던지는 짓. 민성규가 천천히 우희진을 돌아본다.)
민성규:(새카만 눈이 우희진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채준우:(뒤돌아 희진을 두 손으로 붙잡고 고개를 살며시 젓는다.)
우희진:......지금, 협박하는...! (언성 높이려다, 채준우와 눈이 마주치면 눈을 한 번 떨더니 얌전해진다.)
임해준:그만... 그만. (초조한듯 파리해진 얼굴로 소란을 잠재우려 한다.)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마, 쥐 죽은 듯 있어.
민성규:든든한 보디가드가 있어서 겁이 없으신가, 사모님은? (어느새 이죽이고 있는 그의 시선이 채준우에게로 향한다.)
임해준:이제 올라가서 자. 미안하지만, 내일 바로 떠나줘야겠어.
우희진:...그런 게 아니야... (양팔로 몸을 감싼다.)
그런 게 아니라고......
채준우:남의 부인한테 관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우희진:(임해준의 말을 듣더니, 아무 말 없이 올라간다.)
민성규:(그 표정은 곧 사람 좋게 웃는 얼굴로 변한다. 임해준을 한 번, 채준우를 한 번 번갈아 보더니,)
저 여자 남편 치곤 새파랗게 어린 새끼가... ... ...
(목소리는 줄어든다. 다시 임해준을 보며 싱긋 미소짓는다.)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내일 바로 떠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채준우:(우희진이 올라간 2층을 슬쩍 본다. 경계하는 눈빛이 민성규 주변을 배회한다.)
이봉창:(...말 없이 모두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봉창:저기, 저... 아줌마. (소근거리며 리경선의 팔을 붙잡는다.)
임해준:(불안한 표정으로 민성규를 마주본다.) ...그래, 오늘은 이만 방으로 돌아가. 성규씨는... 미안하지만 안방에서 저 아가씨랑 같이 잘 수 있겠어?
리경선:(팔을 잡아당기는 봉창에 시선만 옆으로 내린다.) 누나라고 불러.
이봉창:아... 그, 저... 혹시 밖에 있던거...
이봉창:얼굴이... (물어보기를 잠시 망설인다.)
...얼굴이 어땠어요?
(To 리경선): 목이 주우욱- 늘어나던 모습이요.
(To 리경선): 체구는 어린아이 같았습니다.
리경선:(리경선의 기억 속에는 목이 길게 늘어나던 어린 아이의 뒷통수였다. 얼굴은 볼 겨를이 없었으니 고개만 저을 뿐이다.) 못봤다.
민성규:(ㅡ임해준이 바라보는 그의 옆얼굴은, 이봉창과 리경선을 눈에 담고 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통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는... ... ...)
적어도 총 맞아 죽진 않겠죠.
(세 사람을 두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간다.)
민성규와 리경선은 안방으로, 우희진과 채준우는 사랑방으로,
채준우:(층계 벽에 팔짱끼고 기대있다가, 대화가 마무리될 때 즈음에 계단 위로 저벅저벅 올라간다.)
임해준과 이봉창은 임해준의 방으로 이동합니다.
좁은 방 중앙에는 비교적 깨끗한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고
임해준:(해준이 등 뒤로 문을 닫는다. 달칵, 하는 조용한 소리 뒤에 깊은 한숨을 내쉰다.)
뭐야 쟤네...
이봉창:(방에 들어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임해준:어휴... 살떨려라. 역시 귀신보다 산사람이 무섭다니까.
(방 불을 켠다.)
이봉창:(가방을 뒤적이며 한참이나 말이 없다가.)
(가방 속에서 무언갈 찾던 손이 멎는다.)
형...
우리 엄마 아빠...
(이봉창의 손에는 가족사진이 쥐어있다.)
우리 엄마 아빠 괜찮으시겠지...?
임해준:(봉창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시선이 사진으로 떨어진다.)
너무 걱정하지 마. (손을 뻗어 머리를 두어번 토닥이고는)
임해준:옷 다 젖었지? 형 걸로 빌려줄게. (옷 장의 문을 연다. 확답없이 낯빛이 어둡다.)
이봉창:... (확신이 없어 영 불안한 낯이 사진을 내려다보다가.)
응... 고마워...
임해준:(고등학생 때부터 입었던 셔츠와 바지를 꺼낸다. 봉창도 어렴풋이 기억 날 옷들이 드문드문 걸려있다.)
내일 손님들 가고 나면 같이 찾아보자.
(옷을 건네받으며 응답한다.
...응!
임해준:(대답을 듣고는 살풋 웃는다.) 준비하고 자자. 내일 일찍 일어나야지.
바깥에서 내리는 비 소리가 희미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방 안의 시계를 확인해 보면 아침 8시입니다.
리경선:(이른 시간에 기상하여 이미 TV 시청중이다.)
임해준:(거실에 나와 부엌을 서성거린다. 1층은 익숙한 냄새로 한가득이다.)
깼어? (내려오는 희진 보고는)
밥 먹고 가!
밥...?
민성규:(넥타이 한 손에 들고, 눈 가늘게 뜬 채 안방 문을 연다. 1층에 점차 사람이 모여드는 것을 문지방에 서서 바라만 보다가...)
(리경선 옆에 자리 잡고 앉는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들어 그 날 올라오는 뉴스들부터 확인한다.)
이봉창:(긴 하품을 하며 편한 차림으로 거실에 들어온다.)
임해준:내가 요리는 잘 못해서, 간단하게 라면 끓였어. 어서 와서 앉아. (사람 좋게 웃는다.)
채준우:(비어버린 옆자리를 손으로 더듬다가 부스스 일어난다. 희진과 다르게 바로 일어나진 않고 이불 개키기에 한창이다. 얼추 정리 끝나면 1층으로 내려온다.)
민성규:(눈을 빙 굴리다가, 식탁 앞 임해준에게로 다가간다. 그릇 몇 개를 조금씩 밀어 간격을 띄워 놓고...)
여기, 원래 자주 통화권이 이탈되나?
이봉창:비는 아직도 오네. (창문 쪽을 흘끔 바라보았다가, 식탁으로 향한다.)
민성규:아... 그게, 전 아침에 기사를 꼭 확인해야 돼서요.
잘 안 되네요, 통신이.
임해준:날씨 때문 아니야? (별달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수저를 하나씩 놓는다.)
이봉창:(성규와 해준을 따라서 그릇과 수저를 나누다가...)
리경선:(분주하게 식탁차리는 이들 사이에서 멀뚱멀뚱)
임해준:예전에는 신문 배달이 있었는데... (하하, 짧게 웃는다.)
민성규:겨우 비 좀 온다고 먹통 되는 촌동네라니... (창 너머로 퍼부어지는 빗물을 바라본다.)
우희진:(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더니, 슬며시 리모컨을 들어 TV를 틀어 본다.)
우희진:(채널을 돌리면 다른 소식은 그다지 들려오지 않는다. 이내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울렁거리자 전원을 다시 꺼 버린다.)
민성규:(
서울에는... ... ... 지하차도에 접근은 삼가시며, 성가신 뉴스 소리가 귀를 찌른다. 그리고 시선은 그 앞의 우희진에게로 흘러간다.)
우희진:(묵묵히 식탁 앞에 앉아 수저를 든다.)
... ...
잘 먹을게. 고마워.
민성규:오늘도 아침부터 제대로 되는 게 없네, 뉴스도 못 듣고. (그는 우희진 맞은편에 자리한다.)
어이, 누나! (칭하는 사람은 리경선이다.) 당신도 이쪽으로 와서 앉아.
우희진:(시선을 내리깐다. 젓가락을 들어 면을 집으려 하지만 한 번 헛손질한다. 얕게 떨리는 손으로 다시 집어올려 한 입 먹는다.)
리경선:암만 봐도 내가 누나될 얼굴은 아니던데. (농조 건네고 엉거주춤 옆에 앉는다.)
이봉창:(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리경선을 부르려다가, 누-에서 그쳤다.)
임해준:(경선보다가...) 북한에도 라면 있어? (농담)
이봉창:... (눈 깜빡거리면서 얼척없단 듯 민성규를 쳐다보다가.)
민성규:그럼, 선생님? (어제보다 확연히 누그러진 얼굴. 리경선 그릇 위로 젓가락 올려준다.)
(......뭐? 라는 얼굴로 이봉창을 마주했다.)
민성규:(자연히 그쪽으로 고개가 홱, 돌아간다.)
하얗게 질린 중년 여성의 얼굴이 보이는 것과 동시에
밖에서 꺼지라고 소리치는 험악한 목소리들이 들립니다.
리경선:(배 곪은 사람처럼 그릇 비우더니 밖의 소란에 아쉬운 눈치다.)
우희진:(자리에서 쉽사리 일어나지 않고 두리번거린다...)
임해준:(자리서 일어나 현관으로 다가간다. 장우산 하나를 꺼내 들더니 문을 열고 나간다.)
이봉창:(그릇에 국물까지 비우고서야 따라 일어난다.)
험상궂은 남자:(문을 열고 누군가 나오는 소리가 들리자, 위협하던 행동을 멈추고 낮게 경고한다.)
...함만 더 깝죽거리믄 당신도, 당신 딸년도 곱게는 못 죽을 줄 알어라.
민성규:(임해준의 바로 뒤를 따른다. 주머니에서 작은
녹음기를 꺼내 전원을 켜고...)
창문에서 보이던 중년 여성은 뒷걸음질 치더니, 마당 밖으로 나갑니다.
이봉창:형! 같이... (문가에 나서 남자를 마주치면 말을 멈춘다.)
임해준:(의아한 표정으로 여성이 도망가는 것을 보다가)
(봉창을 돌아보곤 어깨를 으쓱인다.)
이봉창:(시선이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어...
민성규:......이 동네는 원래 이렇게 소란이 많습니까?
이봉창:(잠시 현관 안에서 우산을 덥썩 집어 나오더니, 후다닥 현관을 나선다.)
채준우:(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드물게 성규의 말에 동의한다) ...그러게요. 집터가 안 좋나...
저기요!
리경선:(그러던지 말던비 남아서 식고있는 음식들 이떄다 싶어 와구와구 넣는다.)
상복을 입은 여자:(갑작스레 이봉창의 손을 잡는다. 주름진 손에는 그간의 세월이 담겨 있다.)
(이봉창을 바라보는 눈에 안타까운 듯 눈물이 고인다.)
쯧쯧쯧, 딱한 것...
아이고, 불쌍해라.
이 어린 게 우짜다 이래 기구한 명을 타고났을꼬.
임해준:(황급히 달려와 봉창의 머리 위로 우산을 씌운다.)
이봉창:(놀란 낯이 떠나는 여자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응시한다.)
나보고 기구하다고... (말을 차마 끝내질 못한다.)
민성규:(반면 민성규는, 아직도 마당에서 얼쩡거리는 남성을 응시한다. 불쾌한 시선이 그의 위아래를 천천히 훑다가...)
저,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여쭐 수 있겠습니까?
임해준:(초조하게 봉창과 떠나는 여자를 번갈아서 쳐다보다가) 다시는 얼씬도 하지 마! (뒷통수에 대고 소리친다.)
험상궂은 남자:...신경 끄라! 외지인 주제에. (민성규에게 쏘아붙인다.)
퉤!!
민성규:다시 질문드릴게요. ○○○ 사회부 민성규 기자입니다. (그는 웃으며 한 발짝 더 다가간다.)
험상궂은 남자:(가볍게 가운데 손가락 날린다.)
임해준:...들어가자. (우산 위로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진다. 해준이 봉창의 어깨를 붙잡고 집으로 이끈다.)
리경선:(후룩, 인터뷰하는 모습 유리창 넘어로 빤히)
험상궂은 남자:일행을 한 명씩 바라보더니, 외지인과 함께 있는 임해준을 마주하면 들어가려는 발걸음보다 빠르게 다가가 어깨를 손으로 거칠게 밀친다.)
채준우:(뒤쪽에서 멀찍이 바라만본다.) ...지금 상황에서 취재가 잘도 먹히겠다.
민성규:(어깨에 들러붙은 가래침을 손등으로 탁, 털어내고는,)
민성규:(침착하게 핸드폰 꺼내들어 영상 녹화부터 시작했다.)
이봉창:(남자를 바라보곤 눈을 크게 떠 응시한다.)
임해준:(몸이 크게 휘청이고는, 빗줄기 아래에서 말없이 남자를 노려본다.)
험상궂은 남자:... ...(민성규 쪽을 휙, 돌아본다.)
싸가지 없는 짜식......
이봉창:(해준 옆에서 남자를 노려보더니, 뒤통수에 대고 외친다.) 형은 상관 없잖아요!!
민성규:남의 집 마당에 아침부터 쳐들어와서 소란 피운 게ㅡ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남자는 사라진다.)
...더 싸가지 좆박은 거 아닌가...
임해준:(어깨를 툭툭 털어내고는) 됐어. 비도 오는데... 어서 정리하고 가자.
채준우:(밖에 나간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그만하고 돌아오시죠? 라면 저기 북한 분이 다 드시는데요?
민성규:(북한 분인 거 존나 다 소문났네... 핸드폰은 이만 집어넣고, 상처 난 이마 문지르며 현관 안으로 먼저 들어간다.)
민성규:(어이, 누님! 그거 혼자 다 먹으면 안 돼! 시덥잖은 소리가 현관 안에서 들려온다... ... ...)
임해준:(봉창까지 안으로 들어가고 나면 장우산을 접어 우산 꽂이에 넣는다. 물기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
(헐레벌떡 식탁으로 향한다.)
민성규:(텅ㅡ 빈 냄비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생긴 것처럼 먹성도 좋으시네.
민성규:(한 젓가락을 못 들어 깨끗한 자기 그릇 싱크대 안으로 넣어 두고는...)
임해준:뭐라도 더 먹을래? 제사때 쓰던 사탕 남았던 것 같은데.
채준우:전 괜찮습니다. 그것도 그냥 저 분 드리죠.
많이 허기지신 듯 한데.
민성규:.........그래, 옥춘 한 번 먹어 보라 그래요.
임해준:(후식으로 줄만 한 게 있을까 생각하듯 냉장고를 뒤적거리다가, 투명한 플라스틱 박스에 있는 옥춘사탕을 꺼낸다.)
우희진:(달아 보이는 사탕 빤히 보더니 고개 젓는다.)
괜찮아...
임해준:이거 다니까 나눠서 먹자. (손가락 세 개, 세 마디 정도 되는 크기의 사탕을 하나 꺼내 마른 천으로 감싸고는, 식칼 밑동으로 세게 내리친다.)
(옥춘이 큰 조각과 작은 조각으로 나눠진다. 자리로 돌아와 손님들에게 하나씩 나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임해준:(여기 오래 있어서 좋을 거 없을 텐데. 덧붙이며 마지막 남은 가장 큰 조각을 봉창의 손 위에 올려놓는다.)
민성규:(한 쪽이 사탕으로 왁자지껄한 와중... 잠자코 앉아 생각하다가,)
어제 나가기로 했으니 약속은 지켜야죠.
(시선이 또다시 우희진에게 몇 초간 머문다.)
채준우:(받아든 옥춘 사탕 다시 통 안에 둔다.)
이봉창:(손바닥 위에 올려진 옥춘을 그대로 입안에 덥썩 집어넣고 굴리면서 잠자코 모두를 지켜본다.)
민성규:(... ... ...그러나 말은 임해준 쪽으로 건네고 있다.) 타고 온 차가 있습니다.
민성규:저어기, 마을 어귀에... (어디까지 말할까, 고민하는 얼굴. 대놓고 말을 고른다.) 두고 오는 바람에...
찾으러 가야 해서요, 저는.
(수상하다는 눈으로.)
(싱긋, 미소지었다.)
혼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민성규:사모님, 저를 무슨 연쇄살인마 정도로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하... 아닙니다.
이봉창:(눈을 가만 깜빡이다가, 옥춘을 먹느라 발음이 뭉개진 말투로 질문을 날린다.) 긍데, 그럼 어제 계곡은 왜 가 있덩거예요?
우희진:(살인마라는 말에 눈꺼풀을 파르르 떨다가, 이봉창의 어눌한 발음을 듣고 미묘한 표정 짓는다.)
...놀러 왔다고 했잖니.
민성규:"놀러" 오셨다더라. (우희진과 목소리가 겹친다.)
채준우:계곡에서 놀 수도 있는 거죠. 그쪽도 놀러왔다 하지 않으셨나요?
웬 수상한 여자 옆구리에 딱 끼고.
임해준:물 불어서 못놀아. (분위기를 풀려는듯 담담하게 필요없을 답을 하곤)
이제 슬슬 가는게 좋겠어. 우산은 충분하니까, 가지고 가.
배웅이 필요할까?
채준우:아뇨, 지금까지 재워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채준우:...가는 길 까지만 안내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민성규:(수상한 여자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는다. 다만...)
어이, 학생.
민성규:보답으로 나가는 길에 뭐라도 사줄게. 길을 좀 알려주면 좋겠는데.
민성규:어젠 정신없이 계곡에서 뛰어나오느라, 길을 잘... ... ...
이봉창:(흠... 고민하는 듯 싶더니 해준이를 쳐다보며.)
민성규:학부모님이, 싫으시면 알아서 가 보고요. (농담인지 비꼼인지 애매한 말투.)
이봉창:그러면 형, 요 앞까지만 바래다 드릴까?
우리도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봐야하잖아.
임해준:(작게 한숨 쉬고는, 어쩔 수 없다며 몸을 일으킨다.)
그래, 우리도 이참에 나가자.
민성규:(그 앞에, 멍한 얼굴로 서 있는다.)
이봉창:(두리번...) 여기에 차 둔거 맞아요?
(To 임해준): 아마도, 마을 사람들이 숨겨둔 것입니다.
채준우:... (허공에 대고 차키 버튼 꾹꾹 누른다. 들려오는 소리가 없다.)
임해준:(미간 사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불만스럽게 중얼거린다.)
민성규:아니 씨, ... ... ... (괜히 임해준을 돌아보고는 욕을 삼킨다.)
하아......
이 동네는 차량 도난 사건도 자주 있습니까?
임해준:(전보다는 불친절해진 말투로 툭 대답한다.) 모른다고. 나도 여기 5년만이야.
다시 한 번 마을의 풍경을 눈에 담아 봅니다.
채준우:(난처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본다.) ... 선생님, 저기 가게라도 들어가 계실래요? (희진에게로 우산 기울이며 묻는다.)
우희진:(묵묵히 그런 채준우 올려다 본다. 겨우 옅게 미소짓는다.) 으응, 그럴까...
민성규:(차는 온데간데없고 덩그러니 남은 공터.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텅 빈 자리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채준우:글쎄다... 아까 마을 주민이 그러고 돌아갔는데, 차 도난됐다고 하면 반겨줄 것 같지도않고...
임해준:(여자가 사라졌던 방향에 눈길을 주다가, 일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먼저 슈퍼 쪽으로 이동한다.)
민성규:(그 안에 두고 온 사원증이며 카메라며 이것저것을 떠올리다가, 그제야 임해준의 뒤를 따른다.)
뭐라도 사면 질문은 받아 주겠지.
이봉창:어, 그럼... (볼을 글적이다가. 임해준을 바라보며.)
형 같이 가! (후다닥 따라간다.)
리경선:(주머니 뒤적이다가 먼지 부스스 떨어져나온다.) 돈 없는데...
채준우:(우산 들고 희진 곁에 붙어 일행 따라간다.)
민성규:당신한테 돈이 있으면 그게 더 문제지... 사 줄 테니까 따라오기나 해.
오래된 문이 덜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부가 드러납니다.
오래된 과자 봉지와 깡통들, 먼지 쌓인 병 라벨들이 보입니다.
낡은 형광등 아래에서 희미하게 먼지들이 부유합니다.
탁상 위 선풍기는 윙윙거리며 힘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의문의 소녀:(선풍기 옆에 걸터앉아,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물고 있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조용히 눈빛을 움직여 이방인들을 지켜본다.)
채준우:(접었던 우산 가게 밖으로 탈탈 털며 안으로 들어간다.) 계십니까-.
구멍가게 주인은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습니다.
임해준:(슈퍼 안을 둘러보다가... 여자아이를 가만히 바라본다.)
이봉창:여기도 오랜만이다~ (두리번거리며 안으로 들어간다.)
의문의 소녀:(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탁탁 털고 다가온다.)
이곳 사람이 아니지?
민성규:(사람 여섯이 비좁은 구멍가게 안으로 우르르 몰려든다.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선 민성규는 아무 물건이나 집어 소녀에게 들이밀려다가...)
뭐, 그게 티나나?
얘. 가게 주인은 어디 갔니?
의문의 소녀:이 마을 사람들은 외지인을 반기지 않거든요. (민성규를 빤히 응시한다.)
누가 들어오면 다 소문이 나게 돼 있어요.
이봉창:(가만히 듣다가 의문스레 고개 갸우뚱...)
전염병 때문에 그래...요?
의문의 소녀:(마찬가지로 고개 기울인다. 동그란 눈이 이봉창을 훑어보더니)
전염병이라니?
채준우:전염병? (고개가 봉창에게로 휙 돌아간다.) 처음듣는데 그런얘긴.
(To 임해준): 봉창이는 재앙이 아니라 물을 매개로 감염되는 전염병이라고 알고있음.
민성규:(민성규는 삐딱하게 서서 주머니 안에 손을 넣는다. 삑, 녹음기가 또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외지인도 알아듣게 설명 좀 해 줄래.
의문의 소녀:(몇 초간 생각에 잠기더니... 웃음 터뜨린다.)
이봉창:아, 그게... 어... (내부인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의문의 소녀:...하하! 너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누가 너한테 그런 말을 해준 거야?
임해준:...됐어, 어른들 어디 있니? (아이의 말을 가로막는다.)
의문의 소녀:... ...(임해준을 빤히 올려다 본다.)
이봉창:(마저 입을 열려다가 꾹 다물곤 해준을 올려다본다.)
안 그래도 곧 돌아올 거야. 그때는...
그때까지 여기 있지 마.
채준우:당최 뭔 말들인지... ...(흥미를 잃은 눈으로 매대나 쳐다본다.)
어른들이요? 어른들이 곧 돌아와요?
임해준:(머리 헤집으며 중얼거리고는 괜히 슈퍼의 천장을 눈 까뒤집어 쳐다본다.)
(다급하게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사진을 찾는다.)
저기, 그러면 저희 부모님 못봤어요??
그리고, 그리고 어...
제, 제가 사실 이 마을에서 살았었는데... 어릴 때 같이 지내던 친구도 있었는데...
의문의 소녀:... ...(사진을 바라본다. 미간을 한 번 좁히더니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대답하려다가.)
이봉창:(눈이 불안스럽게 흔들린다.) 이름이... 이름이...
연리... 궁연리라고...
...나는 모르겠는데.
리경선:(궁연리를 속으로 발음 굴려보고는 특이하다고 생각...)
채준우:(발로 상자 툭툭 건드린다.) 꼬마 아가씨. 이거 열어봐도 돼?
임해준:...차는 다 숨겨 놓고 가기는 어딜 가라는거야. ('궁연리'라는 이름이 나오자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식으로 해서 잘되는 꼴을 못봤어.
채준우:(차키를 홈에 쑥넣더니 테이프 갈라서 상자 뜯어본다.)
의문의 소녀:(임해준이 비꼬는 말이 들리면 입꼬리만 올려 비웃는다. 무언가를 참는 기색으로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린다.)
오랫동안 방치된 듯 녹슨 농기구들이 들어 있습니다.
이봉창:... (울상 된 낯으로 소녀와 해준을 올려다본다.)
채준우:(셋이 무슨 얘길 나누든지 관심없다는 듯 안에 들어있던 농기구들 꺼내 들어본다.)
마치 흉기처럼 불길하게 빛납니다.
민성규:(수상하기 짝이 없는 소녀의 목소리, 부모를 애타게 찾는 이봉창의 흔들리는 눈동자. 가장 결정적인 것은 임해준, 그의 반응이다. 새카만 시선은 그들을 차례대로 훑으며 잠자코 오가는 말들을 듣는다.)
(고개를 휙 들더니, 주변을 다급하게 둘러본다.)
여기... 있지 마, 더 이상.
산으로 가.
채준우:(여자아이 바라보다가. 무릎을 피고 일어난다. 말없이 낫을 벨트 사이에 끼워넣는다.)
민성규:(서슬 퍼런 금속 날은 민성규의 눈에도 들어온다. 영 찝찝한 기분을 누르며, 소녀의 행동을 한참 관찰하기만 하다가...)
왜 그래야 하는데?
의문의 소녀:...알 거 없어. 이미 많이 알려준 거야.
내가 위험해질 만큼...!
민성규:너, 바로 말해. 숨긴다고 우리가 네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리 없잖아.
리경선:낫 들고 산으로 가라니. 무신 재미볼란지는 모르겠다만...(채준우에게 무기로 삼을만한 낫이 쥐어지자 그 순간부터 필이 꽂힌듯 주시한다.)
이봉창:(울음을 삼키며 벌개진 눈동자가 끼어든다.) 무슨...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데요...?
채준우:... (말없이 여자아이를 응시한다.) 이름이 뭐야?
임해준:가긴 어딜... (발끈하다가, 잠깐 정적이 이더니...) 됐다. 상관없어. 가던말던...
민성규:내지인이 외지인을 불신하는 만큼 우리도 네 말 믿기가, (여럿의 목소리가 겹치자 그는 말을 멈춘다.)
의문의 소녀:(민성규를 노려본다. 그러다 채준우가 질문하면 고개를 돌린다.)
...연희.
연희라고 해요.
그래, 연희야.
고마워.
의문의 소녀:(카운터에 놓인 오래된 나무 상자 위로 손을 얹는다. 그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그리고 조심하세요, 여기...
지반이 약하거든요.
그리고... 나도 여기 오래 있지는 않을 거니까.
의문의 소녀:(이봉창에게 다시 언성 높인다.)
뭐 하는 거야? 빨리 산으로 올라가.
채준우:(그제야 일행 돌아본다.) 어떻게 하실래요, 연희 말대로 산으로 가실거예요?
임해준:(봉창의 손을 잡아 제 뒤로 이끈다.)
이봉창:(놀란 낯이 쉽사리 말하지 못하다가 해준을 돌아본다.)
임해준:(사납게 여자애를 노려보고는) ... ... 차나 찾아봐.
민성규:('연희'를 응시하는 눈은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이봉창에게 연신 윽박지르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얌전히 뒤로 물러선다.)
채준우:글쎄요... (주변 슥 쳐다본다. 창밖엔 온통 빗줄기뿐이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이대로 여기에 있기도 뭐하고...
민성규:그래, 마지막으로 이것만 물을게. 저어 공터에 주차한 차 못 본 거 확실하니?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이봉창:(흔들리는 시선이 해준을 바라보다가, 무언갈 깨우친듯 눈이 커진다.)
(떨리는 잇새로 말이 튀어나온다.)
...사.
산에 뭐가 있는거지?
의문의 소녀:(이봉창에게 이야기한다.) 아참, 너희 부모님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외지인'들이 산으로 올라가는 걸 누가 봤다던데......
리경선:(구멍가게에서 대충 담배 하나 쌔벼 주머니에 넣는다.) 고라니, (이봉창 바라보더니) 토끼?
이봉창:(소녀의 말에 덥썩 가방을 집어든다. 곧장 산으로 걸어가려는 듯 가게를 나간다.)
(리경선 힐끔거린다.)
리경선:나팔수 동무. 우리 말고 '외지인' 있나?
임해준:창아...! (제 손을 뿌리치고 빗줄기 사이로 나가는 봉창을 돌아보고는, 아이를 한번 노려보곤 뒤따른다.)
민성규:(순식간에 갈라지는 일행. 피곤하다는 듯 눈알을 뒤집는다. 이건 뭐, 녹음해둬도 어디 쓸 데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시간 낭비한 기분에 한숨 푹 내쉬고는...)
우리 말고 '외지인'이 있으니까 저러는 거겠지.
채준우:(희진의 손 붙잡는다. 수벽을 타고 묘한 떨림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우선, 저희도 가요 선생님.
의문의 소녀:(이봉창이 뛰쳐나가면 구멍 가게에 남아 있는 인원들에게 소리친다.) ...퍼뜩 올라가라니까!
리경선:조막만한 마을에 많이도 왔구만. (총 들춰매더니 이봉창의 발자취를 따른다.)
민성규:(민성규도 매대에서 담배를 하나 집어든다. 주머니를 뒤져 지갑에서 만 원 권 하나를 꺼내 카운터 위에 올리더니, 쫓겨나듯 밖으로 걸음했다.)
우희진:(채준우를 따라 주춤주춤 발걸음 옮긴다.)
신발은 걸음마다 뻑뻑하게 땅에 들러붙고 발목까지 빠져듭니다.
물에 젖은 흙 내음과 짙은 나무 향이 코끝을 찌릅니다.
리경선:
듣기
기준치: |
20/10/4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험상궂은 남자:...리! ......서......
그 뒤로는 지대가 낮아, 몸을 감추기에 적합해 보입니다.
리경선:(여럿 소리가 겹쳐 들리자 가장 먼저 이봉창 목덜미 잡아 잡목에 패대기치듯 민다.)
...누가 온다. (그렇게 말하며 왼 무릎 꿇고는 총 가슴 앞으로 당겨 뺸다.)
이봉창:(부모님을 애타게 부르려던 목소리가 속절없이 바닥을 뒹군다.)
우희진:(숨을 거세게 몰아쉬며, 치맛자락 붙잡고 겨우 산을 오르고 있다.)
이봉창:(빗줄기에 젖은 몸이 헉헉, 숨을 고른다. 바닥에 뭉친 진흙 위에 손을 짚은채 놀란 낯이 리경선의 시선을 따른다.)
민성규:(빗소리에 묻혔는지 민성규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리경선 옆으로 숨죽인 채 몸을 숙인다.)
채준우:(팔을 당겨 희진을 잡목 사이로 조심스레 끌어온다. 몸을 납작 낮춘 채 그것들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민성규:(기민한 시선이 뒤따르는 일행들을 순서대로 훑는다. 이를 악물면,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귀가 쫑긋거린다. 그들의 존재감은 점차 확실해진다.)
우희진:(채준우가 끄는 대로 끌려 들어간다.)
...헉...!
임해준:(어둠속에 기척없는 남자가 일행을 바라보다가, 혀를 차곤 몸을 숨긴다.)
이봉창:누구... 누구예요...? (기척소리에 불안하게 몸을 일으키려든다.)
어, 엄마... 엄마? 아빠?
험상궂은 남자:(거친 발소리를 내며 나무 틈을 걷는다.)
리경선:(누가 먼저 말리기도 전에 리경선이 봉창의 입을 틀어막고 머리를 진흙위로 서슴없이 짓누른다. 일전의 행동은 빈틈없지만 가히 폭력적이다.)
험상궂은 남자:어데 숨었노? 분명히 이짝으로 갔다꼬 했다메!
그들의 손에는 낫이나 몽둥이 따위가 들려 있습니다.
이봉창:... (진흙과 비 따위에 엉킨 시선 사이로 시퍼런 낮과 몽둥이를 목격한다.)
민성규:(리경선의 행동에, 손을 뻗어 제지하려다...... 흉기를 들고 서성이는 사람들의 소리에 다시금 행동을 멈춘다.)
임해준:...씨발. (중얼거리곤 그들의 행색을 살핀다.)
우희진:(조심스럽게 옆을 보며, 채준우에게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절대 들키면 안 된다는 무언의 경고였다.)
험상궂은 남자:고년이 구라친 거 아이가? 개 같은 년, 그거...
그 말에 몇몇이 신경질적으로 대꾸하며 발로 땅을 차거나, 무기를 휘두릅니다.
그 칼끝이 언제라도 그들 사이를 가를 것만 같은 위험이 감돕니다.
임해준:(숨죽이고 주변을 살핀다. 빠져나갈 곳이 있을까?)
나무 틈을 비집고 나간다면, 뒤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봉창:(헉, 허억... 가슴께가 덜덜 떨리며 광경을 잠자코 지켜본다.)
그때, 무언가가 가까운 풀숲 속에서 퍽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아마도 마을 사람들 중 한 명이 돌부리에 걸린 모양입니다.
잠시 욕설이 흘러나왔고, 곧 다른 사람의 거친 손이 그를 일으키는 소리가 들립니다.
고놈 집으로 돌아간 거겠제.
임해준:(크게 뜬 눈으로 검은 인영을 눈에 담는다. 도망가야하나? 지금?)
민성규:(빗소리는 천천히 페이드 아웃. 빠져나갈 틈을 보며 노인의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우희진:(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다. 불안한 눈이 채준우와 리경선, 민성규, 임해준, 모두를 훑는다.)
임해준:(지금... 가야한다. 직감을 느끼곤 일행을 돌아본다. 성규의 어깨를 붙잡고는, 다른 손으로 나무 뒷편을 가르킨다.)
친절한 남자:...잠깐. (풀숲 쪽을 바라본다.)
리경선:(임해준이 도망을 고민하는 사이 리경선이 볼트 스토퍼를 밀어 다시금 총을 절꺽이며 장전한다. 조준점이 무리의 가장 덩치가 큰 남자의 종아리를 겨누고있다.)
민성규:(차가운 손이 어깨에 닿자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빠져나갈 길은 순식간에 눈 앞에 드리워졌다. 비에 젖어 들러붙는 흙 위, 미끄러지듯 몸을 천천히 움직이다가...)
(반댓손으로 리경선의 손을 잡아 총구를 내린다.)
쉿.
안 돼.
험상궂은 남자:(손에 든 식칼이 날카롭게 빛난다. 의심스러운 눈이 일행을 노려본다.)
채준우:(해준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움직인다. 낮게 자세를 유지한 채 주변을 살피다 낫 손잡이를 꽉 쥔다.)
민성규:(누군가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었음을 안다. 숨을 들이마시니 비릿한 물 냄새가 머리를 찌른다. 리경선을 향해 입모양을 뻐끔거렸다.)
(뒤쪽, 으로. 도망, 쳐야, 돼. 알아들어?)
우희진:(두려움에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더러운 흙을 밟으며 기듯이 임해준 쪽으로 옮겨 간다.)
이봉창:(진흙 바닥에 웅크린 손이 무력하게 떨린다. 시선이 풀 숲 뒤편을 향한다.)
리경선:(민성규 도망의 의사를 전달하자 그제서야 임해준 쪽을 바라본다. 구명줄이 교차하는 순간 고민하는 낯빛이다. 그리고 남은 탄환 수를 확인하더니 천천히 포복 자세로 뒤로 불러나기 시작한다.)
임해준:(기척을 느끼고는, 품에 손을 넣고 다가오는 발소리에 집중한다.)
민성규:(꾸준히 물러나던 그의 발치에 나무 기둥이 툭, 닿는다. 죽은 것처럼 숨 죽이고 다시금 수풀 너머로 눈치를 보지만...)
(멈추지 않는다.)
친절한 남자:(일행에게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내곤, 조심스럽게... 풀숲을 확! 제치고 식칼을 앞으로 내민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빗물에 휩쓸려 아래로 미끄러질 것만 같습니다.
나뭇가지들이 섬뜩한 소리를 내며 흔들릴 때마다
빗물은 끊임없이 길을 따라 흘러내리며 도랑을 만들었고,
작은 개울처럼 되어 발 아래로 흐르고 있습니다.
산 전체가 깊은 숨을 몰아쉬며 거센 숨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이봉창:아..! (천둥소리에 크게 휘청, 발을 헛디뎌 구른다.)
임해준:개새끼들... 누굴 잡겠다고... (중얼거리며 앞으로 걸어가는 해준의 낯은 살기 등등하다. 봉창이 비명을 질러도 돌아보지 않다가, 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춘다.)
리경선:(악기상에도 능숙하게 맨 뒤에서 등선을 탄다. 산 속의 거대한 입김 속에서 방황하는 느낌이 들면 구르는 이봉창이 보인다. 다만 확인하는 건 봉창이 아닌 임해준의 반응이다.)
채준우:(봉창의 뒷덜미를 붙잡고 일으킨다) 조심해...!
민성규:(이런, 씹......! 욕을 입 안으로 삼킨다. 비에 온통 젖은 머리가는 축 내려와 시야를 방해하고 있다. 앞장 서 나아가다 제자리에서 구르는 이봉창 덕에 민성규도 자리에서 멈춘다.)
(숨을 천천히 몰아쉰다. 등 뒤로 서늘한 죽음의 감각이 아직 선연하다.)
채준우:(흐르는 빗물 사이로 봉창을 바라본다.) 너... 정신 똑바로 차려.... 걸을 수 있지?
임해준:(봉창이 일으켜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가늠한다. 어디로 가야하지? 가야 할 곳은...)
이봉창:네. 네, 걸을 수 있어요... (가까스로 일어나며 더듬더듬, 걷는다.)
민성규:... ......아까 그 자식들, 대체 뭡니까? (그의 질문은 몇 사람을 지나쳐 임해준에게로 가 닿는다.)
.....그리고 당신들을 왜 찾는 거고요?
설명이나 듣고 쫓깁시다. 여기선 우리 갈라질 수도 없어요.
임해준:(리경선과 눈이 마주치면 인상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린다.) 뭐긴, 마을 사람들이지. (건성으로 답하곤 욕을 짓씹는다.) 미친 것들이...
채준우:(걸음을 멈추고 민성규와 임해준 번갈아 바라본다.) 고작 마을 사람들이 저런다고요?
우리에게 너무 감추는게 많은 거 아닙니까?
임해준:(말 없이 걸어가다가, 천천히 걸음을 늦춘다.)
(이봉창의 떨리는 목소리가 임해준을 부른다.)
임해준:...전염병, 전염병은 니미... (봉창의 목소리에 헛웃음 짓는다.)
그건 전염병이 아니었어.
5년전에 그건... (조용한 목소리는 신기하게도 빗소리를 뚫는다. 젖어들어가는 옷이 몸에 들러붙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그건... 재앙이었어.
무슨... 무슨 일이었던건데?
임해준:그래, 재앙. 기억 나? 이 마을에 무당이 있었던 거.
채준우:(어디 들어나보자는 태도로 해준을 바라본다.)
(머리를 쥐며 기억을 더듬는다.)
임해준:그 년한테 다 당한거야. 마을 전체가... (싸늘한 시선이 봉창을 훑는다.)
임해준:억하심정에 하나씩 저주를 걸어서, 글쎄, 네 부모님도 당했을지 모르지.
이번엔 내 차례인거고.
뭐... 뭐... 뭐라고?
자, 잠깐만. 잠깐만...
채준우:... 잠시만요. 뭐... 그 궁씨인지 뭔지 하는 분이 이쪽 고등학생 부모도 죽이고, 싹다 죽이려 한다고요?
고작 저주인지 뭔지 하는 것 따위로요?
임해준:당신들도 참 운이 없어. (채준우에게 시선을 둔다.)
그러게 나가라고 했는데...
채준우:...누가 요즘 그딴 미신을 믿는다고... (기가 찬다는 듯 웃음 내뱉는다)
지금 나가라고 겁주려는 겁니까?
부모님은 이봉창에게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없었습니다.
그때, 또다시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채준우:(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반사적으로 낫 손잡이 그러쥔다.)
리경선:(불 붙이지 않은 담배꽁초 물고 있다.)
민성규:(임해준의 증언을 들은 민성규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간다.
30대 여성인 용의자, 피해자와 부부 사이, 불을 지른 직후에 차를 타고 도주...... 그렇게 오게 된 대면리. 기자의 직감이 움찔한다. 이건 또 다른, 새로운, 어쩌면 가능성이 될...)
(그리고 그의 망상은 발소리에 와장창 깨져 버린다. 다시 몸을 수그린다.)
임해준:(임해준이 무리 가장 앞에 서서 일행과 뒤를 모두 바라본다.)
민성규:(그는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비에 젖어 눈 안으로 물이 들이친다.)
이봉창:(반면에 이봉창은 얼굴을 가린다. 어깨가 덜덜, 진흙 투성이의 행태가 중얼거린다.) 아니... 아니야... 엄마, 엄마 아빠...
리경선:(뒤를 돌아 빗줄기 사이로 소리의 원천을 노려본다.)
우희진, 채준우, 민성규, 리경선, 임해준,
이성
판정
리경선: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우희진:
SAN Roll
기준치: |
35/17/7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임해준:
SAN Roll
기준치: |
80/40/16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채준우:이... 이런 씨발... (희진의 어깨를 잡는다.)
SAN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SAN Roll
기준치: |
33/16/6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채준우:
SAN Roll
기준치: |
59/29/11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리경선: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이봉창:
SAN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임해준:윽, 으.... (귀를 막고 눈을 찌푸린다.)
SAN Roll
기준치: |
80/40/16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민성규:아, 하, 아하하, 하, 하하하... .... .... 윽!
SAN Roll
기준치: |
32/16/6 |
굴림: |
49 |
판정결과: |
실패 |
우희진:
SAN Roll
기준치: |
35/17/7 |
굴림: |
1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봉창:아, 아아... 아... (귀를 틀어막은채 중얼거린다.)
2
임해준:(살기 어린 눈으로 어둠을 노려본다.)
리경선:(넷, 부상자의 신음은 적의 사기를 꺾는데 수월하다. 수차례 외운 선임의 조언이 떠오르며 동공 흔들린다.)
2
계속해서 울리는 이명과 비명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파지고
고통에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게 됐을 즈음.
그리고 눈앞에는 상복을 입은 중년 여성이 서 있습니다.
민성규:(전두엽을 지배하던 비명 같은 웃음소리가 씻은 듯이 떠나고, 어느새 같은 소리를 내고 있던 자신을 발견한다. 진흙탕에 선 채 비틀거린다.)
(한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이윽고 얼굴 전체를 쓸어내린다.)
임해준:(겁먹은 듯 파랗게 질려서는 뒷걸음질 친다.) 당신...
이봉창:(허억, 막혔던 숨을 내쉬더니 흔들리는 시선이 여성을 바라본다.)
채준우:(혼란스러운 눈동자가 일행을 훑는다.)
민성규:(멍하니 여성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다가... ... ...)
리경선:(무리들을 둘러보다가 여성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민성규:(철퍽, 철퍽, 철퍽, 물이 고인 발자국을 밟으며 방울 소리의 근원을 따라간다.)
채준우:... ...(민성규가 자리를 뜨면 뒤늦게 그를 따라 이동한다.)
임해준:(봉창의 팔을 붙잡는다.) 너는, 너는 안돼...
우리는 자리를 피하자.
이봉창:(하염없이 여자를 바라보다가, 그제서야 해준을 돌아본다.)
(헉, 헉... 가픈 숨을 고루 진정하는 듯 싶더니.)
임해준:(드디어 이방인과 갈라진다. 두 사람이 빗 속으로 사라진다.)
임해준과 이봉창은 산길을 따라 폐창고로 향합니다.
일행과 떨어져 조금 걷다 보면 그 모습이 드러납니다.
임해준:(비를 피하려 창고의 문을 연다.) 우선 여기로... 창아, 먼저 들어가.
창문은 깨져 비바람이 간간이 안으로 스며듭니다.
이봉창:(찬찬히 내부를 살피는가 싶더니, 말 없이 몸을 안으로 들인다.)
혀, 형... 조심해.
임해준:(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누군가 오진 않는지 살펴보다가, 안에서 부터 문을 잠구곤 숨을 고른다.)
봉창아...
이봉창:... (응답 않는다. 고개를 떨어트린채 제 손을 꾹 잡는다.)
...괘.
괜찮아...
(벌벌 떨리는 몸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눈을 질끈 감는가 싶더니, 곧 두리번거리며 상자 하나를 찾아 뒤적인다.)
임해준:(모포나 옷이 없을지 상자를 열어 뒤적인다. 젖은 손이 차갑게 떨린다. 식칼을 들고 쫓아오던 이들은 저를 노리던 것이 분명했다. 초조한 듯 떨리는 손이 자꾸만 상자를 젖어들게 한다.)
이봉창:(실상은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자하는 행위에 가깝다. 중얼거린다.) 뭐...뭐라도... 뭐라도 찾아봐야...
임해준:괜찮아, 지쳤지, 넌 가서 앉아있어...
이봉창:아니, 아니야... 나도 뭐라도 해야... (중얼거리는 낯이 상자를 강박적으로 찾는다.)
임해준:(모포와 함께 그것들을 감싸서 가져온다.)
일단은 잠시 쉬자, 괜찮으니까...
이봉창:(기어코 상자 하나가 바닥에 와르르 떨어진다.)
기억 나?
너 어릴때 말이야.
이봉창:(다시 주워담으려는듯 몸을 숙이며 어설프게 행동하던 손이 멈춘다.)
이봉창, 기억나?
임해준:(모포를 가지고 다가가 봉창의 몸을 싼다.) 이봉창...
이봉창:(어깨 너머로 훌쩍이는 소리, 이봉창이 눈가를 닦는다.)
심리학
기준치: |
10/5/2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임해준:(모포 아래로 이상한 감각이 느껴진다. 마치 무언가가 봉창의 몸을 단단히 붙드는 것 같다.) 이봉창.
어지러워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임해준:이제부터 네가 임해준이야. 어때? 기뻐?
나 대신 죽어.
이봉창:(상황을 이해하기에는 어지럽다. 머리가 도무지 정상적인 사고를 따르기가 어려워 시야가 핑, 돌아간다. 시선 끝에 거꾸로 세워진 천장이 흔들린다.)
임해준:달칵, 달칵, 달칵, 달칵... 긴 손톱이 초승달의 모양으로 깎인다. 가지런하게 짧아진 손톱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시선을 내리면, 발치 아래에는 밧줄에 묶여 앞뒤가 뒤엎인 벌레처럼 움찔거리는 봉창이 있다.
손바닥 안에서 꽉 쥔 손톱이 살갗을 따갑게 누른다. 해준이 무감한 표정으로 몸을 낮춰 봉창의 턱을 들어 올리고, 양 뺨을 한 손으로 강하게 눌러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한다.
이제부터 네가 임해준이야.
임해준: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간다. 하나하나 정성 들여 닦고 빚은 그릇에 드디어 쌀을 넣는 것처럼 만족스러운 미소로, 해준은 손톱을 쥔 손을 봉창의 입에 누르고 억지로 그것을 먹인다. 봉창의 혀뿌리에 옥춘의 단맛이 남아있다.
혀와 잇몸, 천장 따위를 할퀴고 손톱이 식도로 넘어간다.
이봉창:목울대가 강제로 뒤틀리는 감각을 느낀다.
어지럽던 시야가 과거를 회상한다. 구역감 끝에 가장 큰 옥춘 조각을 넘겨주던 손길을 떠올린다.
임해준:안 주머니에 손을 넣어 꺼낸 것은 무딘 칼이다.
과일은커녕 종이도 가르지 못할 것처럼 낡은 칼은 해준의 의지에 따라 그의 손바닥을 깊게 베어낸다.
임해준:선명한 붉음이 봉창의 셔츠 위로 떨어져 흔적을 남기고,
그가 손가락을 들어 봉창의 이마부터 콧잔등 위까지 글을 세긴다.
임해준:툭, 해준의 손이 봉창의 몸을 뒤로 밀어 떨어트린다.
몸부림치면 밧줄과 피부가 마찰하며 살갗이 쓸립니다.
먹잇감을 감싸는 뱀처럼 조여들어 도무지 풀리지 않습니다.
이봉창:기억하려 몸을 뒤틀면 뒤틀수록 사상은 수렁에 빠져든다.
아.
잇새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형......
물과 진흙이 뒤섞여 발 밑이 깊이 가라앉는 느낌이 듭니다.
갇힌 자는 물러날 수도, 나갈 수도 없습니다.
발 끝이 그것을 긁어낸다.
이봉창:
SAN Roll
기준치: |
59/29/11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이봉창:
SAN Roll
기준치: |
56/28/11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이봉창:그 끝에 시선이 닿는다. 머리만 남은 것이 입을 꺼덕이며 기억을 끄집는다.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본다.
생기를 잃은 눈은 부릅뜬 채 이봉창을 응시하고
생선 눈깔 같은 흰자와 창백한 홍채는 이미 죽음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빗물이 흙과 엉키는 대로 왈칵왈칵 토해 냅니다.
반사적으로 그것의 정체를 중얼거린다.
임해준:...하하! 거기 있었네! 거기 있었어. 천지 신령도 참 짓꿎어, 안그래?
(구덩이 안을 내려다보며 웃는다.)
감당할 수 없는 공포가 소년의 전신을 짓누릅니다.
어물거리는 정신 너머로 이봉창이 중얼거린다. 짓누른 공포에 눈을 뒤로 까닥인다. 허옇게 튀어나온 흰자가 덜덜.
시야에는 구덩이 속 검은 흙이 닿는다.
아빠...
정신이 나간채로 중얼거린다.
이봉창의 몸을 더욱더 깊이 빠뜨리는 것 같습니다.
엄마는 어디있어요...?
임해준:(창고 문으로 다가간다. 이제 남은 건 '그것'이 알아서 하겠지...)
진흙 속에서 사념들이 고통스럽게 밀려 올라옵니다.
임해준:
직감 Roll
기준치: |
90/45/18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씨발 되는 일이 없네...